
나는 어깨가 좁다
아니 좁은 편이다.. 아니 평균이다.. 펴 평균일걸?!!!!! 그래서 여러 가지 운동을 시도해 봤다. 축구나 야구, 테니스, 러닝 같은 운동도 좋았지만 보통 이런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체구가 작았거나 말랐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된 종목은 피트니스(헬스)와 수영이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나에게 피트니스를 통한 보디빌딩은 그렇게 흥미가 가는 종목이 아니었다. 게다가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 매우 정적인 느낌이었다.(물론 센터 안에서 있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지 매우 동적이고 치열한 종목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게 타협한 종목이 수영이었다.
나는 수영을 약 3년 정도 했다.
광활한..태평양 같은 어깨를 만들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박태환 선수의 널따란 어깨를 상상하며 매일 아침마다 수영을 했다. 처음에는 물을 무서워하고 숨도 잘 못 쉬었지만, 시간이라는 것이 캐리 해서 나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렸고 나름 잘한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1년, 2년 그리고 3년이 지난 시점에 나는 내 몸을 봤는데 건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깨는 넓어지지 않았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3년 동안 센터에 꾸준히 나오던 어머니, 형님, 어린 친구들...살이 빠지거나 몸이 약간 다듬어진 느낌은 들었지만 어깨가 엄청 넓어진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들 그냥 처음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운동을 통해 눈빛이나 쾌활한 태도, 활력 같은 생기는 훨씬 더 좋아진 것 같았다. 물론, 이것은 나의 기준에서 바라본 정량화되지 않은 사례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느낌이 들었다.
수영 선수 몸매에 대한 환상

그런데 우연히 내가 수영이라는 운동을 택했던 것이 인간의 심리와 관련된 것이라는 칼럼을 보고 매우 놀랐었다. 이것은 인간 심리 중 일종의 속임수에 관련한 것인데, 수영을 하는 프로 선수들의 몸이 완벽한 이유는 수많은 연습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원래부터 수영에 좋은 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수영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이 문구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이 환상은 마치 '후광효과'와 비슷한 것 같았다. 우리 주변에 청량음료, 소주 또는 화장품 광고를 보면 꼭 아름다운 여성 모델이 등장한다. 그래서 저런 음료나 화장품들을 사용하면 광고하는 모델처럼 내가 변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그들이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광고 모델로 선정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나는 세상을 보는 또다른 시각을 얻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는 비관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학습한 것은 즐겁고, 적당한 환상에 속아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재밌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런 도구를 얻게 되자 나는 세상에 일어나는 현상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내가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깔깔거리기도 하는 것 같다.
결국 저런 광고들은 속임수지만,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호기심에 끌려 당신이 제품을 이용하거나 운동을 했을 때 알 수 없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3년 동안 수영을 하면서 몸에 근육도 살짝 붙었고 어깨도 아주 쪼끔이지만 넓어진 것 같다. 그리고 자신감이 붙으니 실제 치수는 넓지 않아도 사람이 커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니까 나도 태평양 같은 어깨를 가질 것이라는 환상을 믿고 더 오래 수영이라는 취미를 즐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