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희소금속 가격 폭등과 한국 기업의 위기: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국면
2025년 미중 간 무역전쟁이 희소금속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고려아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심각한 공급난과 가격 폭등 사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원자재 가격 변동이 아닌, 복잡한 지정학적 갈등의 결과물로,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에 대한 접근성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음을 보여줍니다.
미중 무역분쟁의 새로운 전선: 희소금속
트럼프의 관세 폭탄과 중국의 희소금속 무기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2월 1일, 중국산 제품에 10%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는 강력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첨단 산업의 핵심 원료인 희소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는 중국이 보유한 '희토류 카드'를 실제로 사용한 첫 사례로,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암시만 했던 무기화 전략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중국은 안티모니, 비스무트, 텔루륨, 인듐, 텅스텐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 5종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이들 금속을 수출하려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특히 중국은 세계 비스무트 생산량의 약 80%, 안티모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러한 제한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었습니다.
트럼프의 희소금속 확보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희소금속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2월 28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광물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었으며,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수익을 나누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2월 3일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재정적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광물을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비하하며 관세 압박을 가하는 배경에도 희토류 확보 전략이 있습니다. 캐나다는 희토류 매장량이 세계 10위지만 아직 생산은 미미해 개발 잠재력이 큰 국가입니다.
희소금속 가격 폭등과 그 영향
가격 급등의 실상
중국의 수출 규제 이후 희소금속 가격은 전례 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비스무트: 2월 4일 중국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단 2주 만에 가격이 38% 급등했으며, 파운드당 8.25달러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 안티모니: 지난 6개월간 가격이 91.46% 상승했으며, t당 15만7000 위안(약 2990만원)까지 치솟아 13년 만의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3월 6일 "미·중 갈등으로 희소금속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올해 영업이익에 긍정적"이라고 언급하며, 이러한 가격 상승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초비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는 다면적입니다:
- 공급망 불안정: 반도체·배터리·첨단 무기 제조에 반드시 들어가는 희소금속인 안티모니·비스무트의 생산량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출 통제로 공급 불안정이 가중되었습니다.
- 가격 부담 증가: 희소금속 가격이 6배까지 폭등하면서 생산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 경쟁력 약화 우려: 특히 K방산 업체들은 첨단 무기보다 희소금속이 들어가는 재래식 무기를 대량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하는데, 원가 상승으로 '저렴한 가격'이라는 핵심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 수입 의존도: 한국은 희소금속의 경우 99.7%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교란에 매우 취약한 상황입니다.
희소금속은 단순한 원자재가 아닌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이를 "국가 안보 리스크"로 규정하고 탈중국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업별 대응과 전망
고려아연의 기회
흥미롭게도 고려아연에게는 이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고려아연은 안티모니·비스무트·인듐 등과 같은 희소금속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와 올해 중국에서 수출 규제를 한 금속들이기 때문에 가격이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어, 올해 영업이익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와 비스무트, 텔루륨 등 희소금속을 생산하고 있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입장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급망 마비에 대비해 투자 계획을 앞당기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노종원 사장은 "사업 계획을 기존 일정보다 상당히 앞당겨 수립하며 대응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들 기업은 빡빡한 공급망 상황에 대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
장기화 가능성
중국은 이미 희토류를 '인질'로 삼아 대미 무역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지속되는 한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안티모니의 경우 "적어도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대응 필요성
한국은 희소금속과 희토류 등 핵심 소재로서의 중요성이 높지만 공급망 취약성을 보이고 있는 품목에 대해 안정적인 확보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미국과 유럽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단기적 효과적인 실행 계획과 중장기적인 대안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글로벌 자원전쟁이라는 격렬한 갈등 속에서 세계가 양 진영으로 분리되어 경제블록화되는 현실에서, 희소금속 확보는 단순한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안보의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며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국면에 직면해 있습니다.